취미/책

[독후감] 변신_프란츠 카프카 ʕ”̮ॽु

ihatepaprika 2024. 11. 20. 00:03
변신

 

출판사를 한참 고민하다 문학동네로 선택했다.
갑충을 표현하는 것이 더럽고 징그러운데(분비물이 남는다던가 다리의 표현), 중간중간 나오는 카프카의 익살스러운 표현도 그렇지만 삽화를 보며 읽으니 더 장난스럽고 재밌게 느껴졌다.

가장으로 일에 치여 사는 그레고르, 그레고르의 노력을 당연시하는 부모님, 아직 어린 동생.
힘든 생활이지만 그레고르는 미래에 동생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꿈을 가지고 산다.
그레고르가 어느 날 잠에서 깨자 흉측한 갑충이 돼있었다.
직장 상사와 가족들이 그레고르가 갑충이 됐다는 것을 알게 되고 직장에서 잘리게 된다.
집의 가장이 돈을 벌지 못하니 가족들이 곤란해한다.
그레고르와 가족의 일상을 보여주는 자본주의 우화
 


 

여태 내가 읽어온 변신과 관련된 장르와는 다르다. 원래 모습을 되찾거나, 멋있는 모습으로 변신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의 잔인한 모습을 재밌게 보여주며,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읽기 좋은 것 같다.

처음에는 자신을 기특해했던 가족이지만, 시간이 지나 그레고르의 고됨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나태한 아버지, 병약한 어머니, 어린 동생을 혼자 부양해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도피하여 벌레가 된 듯하다.
보통 이런 변신을 하더라도 가족과 소통은 되는데, 의사소통까지 단절된다. ( 사실 변신 전에도 동생 외에는 단절됐었기 때문에 벌레가 돼서도 단절된 걸로 나오지 않았을까 한다. 변신 후에도 동생은 꾸준히 소통을 시도함 )

변신 후 한동안은 그레고르를 돌봤지만, 더 이상 돌아오지도 일을 못한다는 현실을 알게 되자 모든 가족이 일을 하게 된다. 동생이 그레고르를 챙겼지만, 시간이 흘러 그레고르가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느끼자 가장 먼저 버리는 것도 동생이라는 점이 잔인했다. 그레고르는 믿었던 동생의 마음을 확인하고 스스로 죽는 듯한 느낌이다.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은 피를 나눴지만 어찌 됐던 한 관계에 불과하고, 그레고르를 돈 버는 기계로만 생각하다 보니, 그레고르는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었고 가족은 고장 난 기계가 수리되지 않자 폐기처분한다.

마지막은 더 끔찍했는데 변신 전 모든 일상은 그레고르로부터 받았지만, 가족들이 그레고르가 죽고 홀가분해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로 인해 사라지는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제복을 입고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된 아버지가 가장이 되자 패배자 같은 모습을 버리고, 권력자가 된 듯한 모습이다.
그레고르는 돈을 버는 권력자에서 사과가 등에 박혀 있는 ( 예전 아버지 같은 ) 패배자가 된다.
 

아버지가 사과를 던지는 모습
사과를 맞은 그레고르